목차
- 설립일에 결정되는 다섯 장의 종이
- 체크리스트 1 — 정관: 표준정관이 못 막아주는 것
- 체크리스트 2 — 임원보수 한도 결의서: 숫자보다 순서
- 체크리스트 3 — 임원상여 기준: 점장 성과급과 섞이지 않게
- 체크리스트 4 — 임원퇴직금 규정: 나중이 아니라 지금
- 체크리스트 5 — 가족 주주 역할·자금출처 메모
- 다섯 문서를 언제 누가 서명하는가
- 다섯 문서가 다 갖춰진 다음에야 등기는 끝난다
- 같이 볼 글
- 법인재무컨설팅으로 넘어가야 할 때

설립일에 결정되는 다섯 장의 종이
가맹점 4개를 운영하는 H대표는 법인 등기부등본이 나온 날 안도했다. 매출 10억 8천만 원, 세전이익 1억 9천만 원짜리 사업체가 법인격을 얻었으니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무사가 첫 질문으로 던진 건 "대표님 월급은 몇 호봉 표에서 나온 숫자입니까"였다. H대표는 대답하지 못했다. 월 800만 원(연 9,600만 원)은 정했지만 그 숫자가 어느 결의서에서 나왔는지는 아무도 서명하지 않았다.
법인은 등기로 완성되지 않는다. 등기 다음 한 달 안에 정관, 임원보수, 임원상여, 임원퇴직금, 가족 주주의 역할을 문서로 고정해야 돈이 나갈 때마다 근거를 댈 수 있다. 이 다섯 문서를 순서대로 점검한다.

체크리스트 1 — 정관: 표준정관이 못 막아주는 것
법무사가 제공하는 표준정관은 등기에는 충분하지만 돈의 흐름에는 헐겁다. H대표 가맹점은 4개 중 2개가 흑자, 1개는 손익분기, 1개는 적자다. 법인 전체 손익은 흑자여도 점포별 현금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정관에 다음이 빠지면 나중에 근거 없이 돈을 움직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 중간배당 근거 조항이 있는가 (분기 흑자 점포 현금을 회수할 때 필요)
- 주식 양도 제한 조항이 있는가 (배우자·자녀 지분 이동 시 이사회 승인 절차)
- 자기주식 취득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가 (동업자 지분 정리 대비)
- 이사회·주주총회 결의 사항 경계가 구분되어 있는가 (임차보증금 반환, 권리금 수령 같은 점포 이벤트를 누가 결재할지)
이 네 줄이 없는 표준정관으로도 법인은 만들어진다. 문제는 1년 뒤 배당이나 지분 이동이 생겼을 때 정관을 다시 고쳐야 하고, 그 사이 세무서는 이미 지나간 거래를 묻는다는 점이다.

체크리스트 2 — 임원보수 한도 결의서: 숫자보다 순서
H대표의 월 800만 원 자체는 프랜차이즈 다점포 대표 급여로 과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문제는 절차다. 임원보수는 정관에 위임 근거를 두고,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가 한도를 결의하고, 그 한도 안에서 대표가 실제 지급받는 순서로 진행돼야 한다. 결의가 지급보다 늦으면 돈이 먼저 나가고 서류가 따라가는 모양이 되고, 이 역순은 급여가 아니라 가지급금으로 몰릴 위험을 만든다.
- 임원보수 총액 한도가 주주총회 의사록에 숫자로 박혀 있는가
- 대표 800만 원이 그 한도 범위 안에 있는가
- 지급일이 매월 고정되어 있는가 (매출 좋은 달마다 추가 인출하는 관행이 없는가)

체크리스트 3 — 임원상여 기준: 점장 성과급과 섞이지 않게
H대표 매장 중 A점 점장은 매출 3억 원에 영업이익 4천만 원을 낸다. B점은 매출은 높지만 배달앱 수수료 때문에 이익이 낮다. 점장 성과급을 점포별 이익으로 계산하는 규정과, 대표 상여를 법인 전체 이익으로 계산하는 규정은 서로 다른 문서여야 한다. 두 기준이 한 장에 뒤섞이면 대표가 잘되는 점포의 이익을 상여 명목으로 바로 가져가는 구조가 되고, 이건 점장 입장에서도 불신의 원인이 된다.
- 대표 상여 산정 기준이 법인 전체 세전이익에 연동되어 있는가
- 점장 성과급 산식이 별도 문서로 분리되어 있는가
- 두 기준의 지급 시기가 겹치지 않는가

체크리스트 4 — 임원퇴직금 규정: 나중이 아니라 지금
퇴직금 규정은 대표가 회사를 그만둘 때 만드는 서류가 아니다.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퇴직금을 지급하면 손금 인정 범위가 좁아지고, 반대로 설립 초기에 규정을 만들어 두면 근속연수만큼 누적 한도가 쌓인다. H대표처럼 다점포를 확장하며 오래 운영할 계획이라면 첫 달에 규정을 넣는 것과 5년 뒤에 넣는 것의 차이가 크다.
- 지급배수(1배수·2배수·3배수)가 명시되어 있는가
- 근속연수 기산일이 법인 설립일로 명확한가
- 중간정산 조건이 있는가

체크리스트 5 — 가족 주주 역할·자금출처 메모
H대표는 배우자에게 30% 지분을 주는 안을 검토했다. 여기서 진짜 갈등이 생겼다. 배우자가 매장 회계와 인사 관리를 실제로 맡고 있다면 급여와 지분 모두 설명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지분 취득 자금이 없고 실제 업무도 없다면, 30%는 지분이 아니라 증여로 읽힌다. H대표는 배우자 지분을 첫해 10%로 낮추고, 회계 업무에 대한 급여 월 250만 원을 지분과 별도로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좁혔다. 급여는 역할의 대가이고 배당은 자본의 대가라는 구분을 지분율보다 먼저 세운 것이다.
- 배우자·가족 주주가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가 문서로 남아 있는가
- 지분 취득 자금의 출처가 설명 가능한가 (본인 소득, 대여, 증여 중 어느 쪽인가)
- 역할이 없는 가족 주주 지분은 증여세 검토 대상으로 별도 표시했는가
다섯 문서를 언제 누가 서명하는가
문서가 있어도 서명 주체와 시점이 어긋나면 소용없다. H대표 사례로 순서를 맞추면 이렇다. 설립 등기 직후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부속 조항(중간배당·양도제한·자기주식)을 확정하고 같은 자리에서 임원보수 총액 한도를 결의한다. 그다음 주에 이사회 또는 대표 결재로 임원상여 산식과 점장 성과급 산식을 각각 별도 문서로 확정한다. 임원퇴직금 규정은 정관에 위임 근거를 두고 별도 규정으로 제정하며, 시행일을 법인 설립일로 맞춘다. 가족 주주 역할·자금출처 메모는 세무 상담 전에 대표 본인이 작성해 두는 내부 문서로, 등기 서류에 첨부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지분 이동이나 배당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꺼내 보게 되는 문서다.
H대표는 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대표 급여부터 두 달을 지급한 뒤 결의서를 뒤늦게 만들려다 세무사에게 제지당했다. 지급이 결의보다 앞선 두 달 치 급여는 결국 임시주주총회에서 소급 승인하는 형태로 정리했는데, 소급 승인 자체는 가능해도 세무서 입장에서는 결의 없이 지급된 기간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록에 남는다.
다섯 문서가 다 갖춰진 다음에야 등기는 끝난다
H대표는 등기 완료를 법인 설립의 종점으로 봤다가, 세무사의 질문 하나로 설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정관, 임원보수 한도 결의서, 임원상여 기준, 임원퇴직금 규정, 가족 주주 역할·자금출처 메모 다섯 장은 순서를 미루면 나중에 지나간 거래를 소급해서 설명해야 하는 문서다. 설립 첫 달 안에 다섯 장을 채우면 이후 몇 년 치 급여와 배당, 상여가 근거를 갖는다.
같이 볼 글
법인전환을 결정하기 전 현금흐름 판단 기준은 법인전환 의사결정 가이드: 세금보다 먼저 봐야 할 돈의 흐름에서 다룬다. 대표가 급여와 배당 중 어느 쪽으로 돈을 받을지는 법인전환 후 대표가 돈을 가져가는 5가지 통로와 주의점에서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법인재무컨설팅으로 넘어가야 할 때
다섯 문서 중 하나라도 초안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면, 지금 시점의 문서 정비가 소급 설명보다 훨씬 쉽다. 가맹계약서, 점포별 손익, 배우자의 실제 업무 내역, 점장 성과급 산식, 대표 희망 급여를 준비해서 법인재무컨설팅으로 넘기면 다섯 문서를 한 번에 맞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