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6개월 뒤 발견된 4,800만 원, 시작은 결산이 아니었다
- 1개월 차 — 카드가 나왔고, 규칙은 없었다
- 2~3개월 차 — 애매한 결제가 습관이 됐다
- 4개월 차 — 광고주 선결제가 대여금처럼 굳었다
- 5~6개월 차 — 각 항목이 하나의 잔액으로 합쳐졌다
- 4,800만 원을 그대로 두면 생기는 일
- 6개월 뒤, R대표가 다시 세운 규칙
- 대여금과 정기보험은 다른 문제다
- 같이 볼 글
- 법인재무컨설팅에 가져갈 것

6개월 뒤 발견된 4,800만 원, 시작은 결산이 아니었다
R대표는 온라인 광고대행과 쇼핑몰을 함께 운영한다. 법인 설립 6개월째, 세무대리인이 임시계정 명세를 뽑아 보여줬을 때 숫자는 4,800만 원이었다. R대표는 이 돈을 한 번에 빼간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작은 결제 수십 건이 6개월 동안 매달 쌓인 결과였다.
가지급금은 흔히 결산월에 갑자기 드러나는 사고로 그려진다. 실제로는 다르다. 사고는 법인 통장을 처음 개설한 그 주, 첫 카드를 발급받은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돼 있었다. 아래는 R대표 회사의 6개월을 달 단위로 되짚은 기록이다. 각 시점에 어떤 규칙이 있었어야 멈출 수 있었는지 같이 본다.

1개월 차 — 카드가 나왔고, 규칙은 없었다
법인카드가 발급된 첫 주, R대표는 사무실 집기와 광고 소재 제작비를 결제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같은 주에 개인 차량 보험료 190만 원도 같은 카드로 나갔다. “법인카드가 생겼으니 일단 쓰고 나중에 정리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때 필요했던 건 카드 규칙 한 줄이었다. 광고비와 소프트웨어 구독료는 법인카드, 대표 개인 생활비는 개인카드로 분리하는 규칙이 발급 당일부터 있었다면 190만 원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다. 규칙은 결제 전에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결제 후에 영수증을 놓고 “이건 사업용이었나”를 따지는 순간 이미 늦다.

2~3개월 차 — 애매한 결제가 습관이 됐다
두 번째 달부터 쇼핑몰 샘플 구매가 늘었다. 신제품 테스트용인지, 대표 개인이 써보려고 산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결제가 640만 원어치 쌓였다. 광고 촬영을 이유로 잡은 출장에 가족이 동행하면서 항공권 280만 원이 같은 카드로 결제됐다. 거래처 접대와 대표 개인 식사가 뒤섞인 카드값도 이 시기부터 매달 늘었다.
각 결제는 그 순간엔 “나중에 설명하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개인사업자 시절의 감각이 그대로 옮겨온 것이 문제였다. 개인사업자는 대표와 사업체가 사실상 하나라 지출 경계가 넓게 허용된다. 법인은 다르다. 법인은 대표와 별도의 인격이고, 대표가 그 자리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지출은 비용이 아니라 “대표에게 나간 돈”으로 분류된다. 이 시기에 필요했던 건 결제 전 메신저에 목적과 상대방을 한 줄 남기는 습관이었다. 기록이 없으면 법인카드 결제를 막는 규칙만 있었어도 이 시기 결제 대부분은 애초에 카드가 승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4개월 차 — 광고주 선결제가 대여금처럼 굳었다
네 번째 달, 광고주 캠페인 예산을 R대표가 먼저 법인카드로 선결제하고 나중에 정산받는 구조가 생겼다. 정산이 늦어지면서 법인 계좌에서 나간 돈이 회수되지 않은 채 남았다. 이 항목은 성격이 다르다. 업무 관련성은 있지만 회수 시점과 방식이 불명확한 채 방치되면 결국 대표가 회사에 빌린 돈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이 시점에 필요했던 건 대여계약서였다. R대표가 실제로 회사 자금을 일시적으로 끌어다 썼다면, 상환일과 이자율, 결재권자, 계좌이체 내역을 남기는 절차가 있어야 대여금으로 인정받는다. 3천만 원을 6개월 빌리는 조건에 연 4.6% 이자를 적용하면 이자는 약 69만 원이다. 계약서 없이 흘러간 4개월 차의 선결제 자금은 이자 계산의 근거조차 없는 가지급금으로 남았다.

5~6개월 차 — 각 항목이 하나의 잔액으로 합쳐졌다
다섯째 달과 여섯째 달, 회계팀이 카드 명세를 정리하면서 지난 넉 달의 항목들이 하나의 임시계정으로 묶였다. 가족 동반 항공권 280만 원, 개인 차량 보험료 190만 원, 샘플인지 개인 구매인지 불명확한 결제 640만 원, 접대와 개인 식사가 섞인 카드 1,100만 원, 여기에 광고주 선결제 미정산분까지 합쳐 4,800만 원이 됐다.
여기서 반전은 이것이다. R대표는 어느 한 달도 “큰돈을 빼갔다”는 자각이 없었다. 매달 몇십만 원, 몇백만 원짜리 결제가 있었을 뿐이다. 가지급금은 대개 이렇게 만들어진다. 한 번의 인출 사고가 아니라 여섯 번의 작은 결제 습관이 쌓인 결과다.
4,800만 원을 그대로 두면 생기는 일
이 금액에 연 4.6%를 단순 적용하면 인정이자 후보는 220만 8천 원이다. 첫해만 보면 세액은 크지 않다. 문제는 반복이다. 다음 해에도 같은 카드 습관이 이어지면 잔액은 1억 원을 넘어서고, 그때부터는 대표 상여처분과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문제가 함께 붙는다. 법인전환 첫해에 감당해야 할 세액보다, 두 번째·세 번째 해에 누적된 잔액이 더 위험하다.
6개월 뒤, R대표가 다시 세운 규칙
R대표는 4,800만 원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세 갈래로 나눴다. 업무 관련 증빙을 다시 모아 복원할 수 있는 금액, 대표가 즉시 상환할 금액, 대여계약으로 전환해 6개월 안에 갚기로 한 금액이다. 이 분류를 하지 않으면 결산 때 한꺼번에 대표 개인 소득으로 넘어간다. 대표는 이미 급여를 받고 있어 여기에 상여까지 더해지면 종합소득세 부담이 커진다.
그리고 카드 규칙을 다시 세웠다. 광고비와 소프트웨어는 법인카드, 생활비는 개인카드, 애매한 건 결제 전 메신저 기록이 없으면 승인하지 않는다는 세 줄이다. 매월 10일에 전월 카드 명세를 마감하는 회의도 새로 만들었다. 소명하지 못하는 결제는 그 자리에서 대표 상환 대상으로 돌린다.
대여금과 정기보험은 다른 문제다
R대표가 예외적으로 회사 자금을 끌어 쓸 일이 생기면 그때는 대여계약서로만 처리한다. 상환일, 이자, 결재권자, 계좌이체 내역이 있어야 대여금이지, 없으면 다시 가지급금이다.
정기보험은 이 문제를 지우는 도구가 아니다. R대표는 광고주 미팅과 캠페인 설계를 혼자 맡고 있어서, 대표가 3개월 자리를 비우면 매출이 바로 줄어든다. 정기보험은 그 공백 기간의 인건비와 광고주 환불, 차입금, 운영비를 버티는 재원으로 검토할 항목이지 가지급금 잔액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금 규칙이 먼저 자리 잡은 회사에서만 보험 검토가 의미를 가진다.
같이 볼 글
대표와 회사 사이의 돈 통로는 법인전환 후 대표가 돈을 가져가는 5가지 통로와 주의점에서 먼저 확인한다. 법인전환 자금 전체를 어떤 순서로 판단할지는 법인전환 의사결정 가이드: 세금보다 먼저 봐야 할 돈의 흐름에서 다룬다. 가지급금이 신용평가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려면 법인전환과 기업인증을 연결하면 자금조달 순서가 달라진다도 함께 본다.
법인재무컨설팅에 가져갈 것
R대표처럼 6개월치 카드 습관을 되짚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법인카드 명세, 대표 개인카드 중 업무 주장 항목, 광고주별 계약서와 정산 내역, 대표가 법인에 빌리고 갚은 기록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법인재무컨설팅은 이 자료를 근거로 어떤 항목이 비용이고, 어떤 항목이 대표 상환 대상이며, 어떤 항목을 대여계약으로 전환할지 나눈다. 그 위에서 대표 부재 리스크에 맞는 정기보험 검토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