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재무팀장의 메모: 숫자 하나가 아니라 세 줄을 제출한다
- 계산 장면: 6주차가 무너진다
- 대표의 딜레마: 증자를 할 것인가, 만기를 바꿀 것인가
- 부채비율 설명서에 들어갈 편별 체크리스트
- 놓치기 쉬운 오판
- 다음 경로
- B사 부록: 은행 잔액보다 무서운 날짜들
- B사 전용 판단문
- B사 추가 메모: 부채비율 회의에서 실제로 바꾼 표 이름

재무팀장의 메모: 숫자 하나가 아니라 세 줄을 제출한다
B사의 재무팀장은 신청 전 보고서 첫 장을 세 줄로 썼다.
첫째, 부채 16억 5천만 원 중 금융권 단기차입은 5억 8천만 원이고, 매입채무는 6억 1천만 원이며, 리스부채는 2억 3천만 원이다. 둘째, 월 고정지출은 급여 8,800만 원, 임차료 1,100만 원, 이자 920만 원, 전력비 740만 원이다. 셋째, 매출채권 회수는 평균 67일이고 주요 원재료 지급은 평균 34일이다.
이 세 줄이 있으면 부채비율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229.2%라는 숫자 뒤에 영업부채, 금융부채, 고정비, 회수기간이 붙기 때문이다.

계산 장면: 6주차가 무너진다
| 주차 | 입금 | 출금 | 누적 잔액 변화 |
|---|---|---|---|
| 1주차 | 기존 잔액 1억 6천만 원 | 원재료 7천만 원 | 9천만 원 |
| 3주차 | 소액 매출 3천만 원 | 급여 8,800만 원 | 3,200만 원 |
| 6주차 | 없음 | 외주가공 6,200만 원, 이자 920만 원 | -3,920만 원 |
| 9주차 | 납품대금 1억 8천만 원 | 매입채무 5천만 원 | 9,080만 원 |
월말 손익은 흑자다. 그러나 6주차에는 마이너스가 난다. 이 골짜기를 대표 가수금으로 막으면 다음 신청 때 “왜 대표 개인 돈이 반복 투입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운전자금 신청의 근거는 연간 이익이 아니라 특정 주차의 부족액이다.

대표의 딜레마: 증자를 할 것인가, 만기를 바꿀 것인가
B사의 대표는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1억 원 증자를 고민했다. 증자하면 자본은 8억 2천만 원, 부채비율은 201.2%로 내려간다. 보기에는 좋아진다. 하지만 6주차 부족액은 그대로다. 반대로 단기차입 2억 원을 3년 분할상환으로 바꾸면 부채비율은 거의 그대로지만 현금표는 살아난다.
정책자금 신청 전 의사결정은 여기서 갈린다. 지표를 낮추는 조치와 실제 현금 부족을 줄이는 조치는 다르다. B사는 증자 1억 원보다 단기차입 만기 분산, 매출채권 조기회수 약정, 원재료 공동구매 결제조건 변경을 먼저 택했다.

부채비율 설명서에 들어갈 편별 체크리스트
- 금융부채를 단기, 장기, 리스, 대표차입으로 나눈 만기표
- 매입채무 상위 10개 거래처의 지급 조건과 연체 여부
- 매출채권 30일, 60일, 90일 초과 연령표
- 13주 현금흐름표와 최저 잔액 발생 주차
- 대표 가수금이 생긴 날짜, 입금 원천, 상환 예정일
- 정책자금 유입 뒤 6개월 동안 줄어드는 이자 또는 연체 위험

놓치기 쉬운 오판
첫 번째 오판은 “부채비율만 낮추면 된다”는 생각이다. 심사자는 비율과 함께 갚을 날짜를 본다. 두 번째 오판은 “흑자니까 현금흐름도 좋다”는 생각이다. 흑자는 연간 기록이고 현금 부족은 특정 주차에 생긴다. 세 번째 오판은 “대표가 잠깐 넣은 돈은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반복 가수금은 회사의 운영 현금이 불안정하다는 신호다.
다음 경로
부채의 성격보다 기관 선택이 먼저 떠오르면 신보, 기보, 중진공을 비교하기 전에 회사 단계부터 나누는 법을 읽는다. 대표 인출 계정이 같이 보이면 가지급금이 정책자금 심사에서 불리하게 읽히는 방식을 이어서 본다. 큰 그림은 정책자금과 재무제표: 신청서보다 먼저 고쳐야 할 숫자들에 정리해 두었다.
B사 부록: 은행 잔액보다 무서운 날짜들
B사 재무팀은 달력에 색을 칠했다. 빨간색은 출금, 초록색은 입금, 회색은 불확실한 날짜다. 열처리 외주비, 절삭유 구매, 초경공구 교체, 산재보험료, 전력 피크요금, 지게차 리스료, 품질검사 수수료, 공장 임차료, 급여, 원천세, 부가세, 대출이자, 거래처 어음 만기, 매출채권 회수 예정일이 한 달 달력에 들어갔다.
이 달력에서 대표가 놀란 지점은 매출채권 총액이 아니었다. 4주차 목요일에 출금 1억 2천만 원이 몰리고, 그 다음 주 월요일에야 9천만 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이었다. 이 나흘의 차이가 대표 가수금으로 반복되면 재무제표에는 “대표가 급할 때마다 넣는 회사”라는 흔적이 남는다.
부채비율 보고서에는 공장 현장 단어도 필요하다. 선반, 머시닝센터, 열처리, 도금, 치수검사, 공차, 불량재작업, 납품검수, 발주확정, 사급자재, 외주가공, 야간조, 금형수리, 공구마모, 재고실사, 안전재고, 소모품창고 같은 항목은 현금흐름의 실제 원인이다. 이 단어 없이 부채비율만 적으면 심사자는 회사가 왜 돈을 쓰는지 알 수 없다.
B사 전용 판단문
B사는 부채비율 229.2%를 낮추겠다고 쓰지 않았다. “6주차 현금 부족 3,920만 원이 반복되는 원인은 매입 지급 34일과 회수 67일의 차이이며, 정책자금은 해당 갭을 대표 가수금 없이 메우는 데 사용한다”고 썼다. 이 문장은 비율보다 강하다. 상환 원천과 사용 시점이 같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B사 추가 메모: 부채비율 회의에서 실제로 바꾼 표 이름
B사는 “부채현황”이라는 파일명을 버리고 “만기별 출금지도”로 바꿨다. 표 머리글도 달라졌다. 대출기관, 대출잔액, 담보, 보증, 월 이자, 원금상환일, 만기연장 가능성, 대표 연대보증, 금리변동일, 조기상환수수료, 같은 주차에 겹치는 급여·세금·매입대금이 들어갔다. 이 표를 만들자 단기차입 5억 8천만 원 중 실제로 위험한 돈은 2억 2천만 원으로 좁혀졌다.
재무팀은 매출채권도 거래처별 색으로 나눴다. 완성차 계열 1차 협력사는 회수는 느리지만 부도 위험이 낮다. 신규 유통사는 결제가 빠르지만 반품 클레임이 잦다. 해외 바이어는 선적서류가 늦으면 입금이 밀린다. 같은 채권이라도 현금화 신뢰도가 다르다. 정책자금 상담자료에는 총액보다 이 구분이 더 중요했다.
대표에게 남긴 마지막 문장은 짧았다. “부채비율은 낮아 보이게 만들 숫자가 아니라, 어느 날짜에 어떤 돈으로 갚을지 보여주는 일정표다.” 이 문장을 기준으로 B사는 증자 검토를 뒤로 미루고 만기 분산, 회수조건 협상, 원재료 결제조건 조정을 먼저 실행했다.